지난 4월 17일 발생한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 충격과 공포를 주었습니다. 당시 진주시 가좌주공아파트에서 범인 안인득이 자신의 집을 방화한 후 비상계단에서 화재로 대피하는 아파트에 같이 거주하던 주민 10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1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의 주민을 죽이고 13명을 다치게 했었습니다.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은 당시에 계획적이고 잔인한 조현병 환자 범죄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이런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의인이 있었습니다. 흉기에 찔리고도 주민들을 대피시킨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던 정연섭 씨입니다.
당직 근무를 하던 관리사무소 직원 29살 정연섭 씨는 새벽 4시쯤에 화재경보음 울렸습니다. 화재 경보음을 들은 정연섭 씨는 각 동 경비원들에게 위급상황을 알리는 무전을 보낸 뒤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19에 신고한 뒤 동료 근무자에게 비상연락을 돌리던중 “딸이 찔렸다”라는 주민의 고함 소리를 들었고 소리 가난 계단으로 이동하던 중 안인득을 만나게 됩니다. 안인득은 양손에 흉기를 든 채 서 있었습니다.
안인득이 “너 관리사무소 직원이지? 관리사무소에서 한 게 뭐가 있냐?” 질문하였고 정연섭 씨는 “아직 근무한 지가 얼마 안 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안인득이 칼을 휘둘렀고 그로 인해 얼굴이 크게 다치게 됩니다.
그 후 경찰과 구조대가 도착하고 경찰과 안인득의 대치가 벌어지자 정연섭 씨는 흉기에 찔려 숨져가는 주민들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흉기에 찔린 얼굴에선 피가 계속 흘렀지만 정연섭 씨는 주민들을 챙겨야 하는 게 그의 일이라 생각하며 구조대원이 쓰러진 주민들을 모두 이송할 때까지 주민들을 도왔다고 합니다. 모든 피해 주민들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마지막으로 구조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정연섭 씨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였고 안인득 사건의 현실적인 의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 정연섭씨는 당시에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딸이 찔렸다”라는 고함 소리가 계속 귀에 머물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겁나는 마음을 추스르려고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어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연섭씨의 부상은 전치 20주에 진단이 나올 만큼 큰 부상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후유증으로 잇몸과 턱이 내려앉았고 얼굴 신경 50%가 마비되었습니다. 이 마비 증상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투가 어눌해지는 졌고 식사할 때도 얼굴 한쪽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연섭씨에게 심하게 다친 것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정연섭 씨는 수술과 15일 동안의 입원 치료, 3주가량의 통원 치료 후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산재보험을 받으며 좀 더 쉴 수 있었지만 정연섭 씨는 다시 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난 6월 3일부터 자진해 다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범행 현장 근처에 가면 심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 트라우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급 휴가를 썼다고 합니다.
정연섭 씨가 소속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정 씨가 무급휴가에 들어가면서 당직 근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신입직원을 채용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연섭 씨는 실직 위기에 놓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연섭 씨는 피해 주민들을 도우려다 자신도 흉기에 찔렸습니다.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피해 주민들을 도왔습니다. 정연섭 씨는 직원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산재보험 외엔 어떤 보상이나 도움도 못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흉터 제거 수술 등의 비급여 항목 치료는 자비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연섭 씨는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에서 목숨걸고 남을 도운 의인이었고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생계를 이어갈 수나 있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의인이었던 정연섭 씨는 실직자가 될 수 있는 위기에 놓였습니다.